--이번 회엔 열라꾸진 삽화도 첨가했습니다. (...)
"무슨 걱정이라도?"
"아, 엔데르크님!"
여행을 나선 지 닷새째 접어들 무렵이었다. 초행에 가까운 길인지라 더글라스는 앞길을 먼저 살피고 오겠다며 계곡 사이로 사라졌다. 그 사이 근처 바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던 에리의 입에서 연신 한숨이 터져 나왔다. 본인은 의식도 못 하는 듯 보였지만 지켜보던 엔데르크로서는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거, 걱정이라뇨. 걱정이랄 건 아무것도 없어요."
입과 표정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엔데르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한번 기웃하자 에리는 더 둘러대려던 것을 포기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에, 에헤헤. 어쩐지 요즘 엔데르크님은 예민해지신 것 같아요."
'그야 네 일이니까.' 혹은 '에리 한정 안테나' 따위의 자막이 엔데르크님의 머리 위로 떠올라 있을 법도 하지만 에리에겐 그런 것을 알아볼 정도의 신통력은 없으니까 넘어가기로 하자. 일단 걱정이 있다는 것은 수긍한 에리였지만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아니, 말 할 수 없었다는 쪽이 맞다.
다른 일이라면 몰라도 연애 상담인 것이다. 엔데르크에게 줄줄 얘기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상대는 엔데르크가 기대하고 있는 부하. 그를 좋아하네마네 티격태격하네마네 따위의 상담을 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부하가 수련에 정진할 생각은 않고 연애놀음에 빠져 있다고 언짢게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라는 것은 순전히 에리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억측이지만 그녀로선 어쩔 수 없었다.
한편, 모르는 척 묻고는 있지만 엔데르크는 에리의 고민을 짐작하고 있었다. 이제와 확신하게 된 사실이지만, 여러 정황에서 봤을 때 에리가 좋아하는 사람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의 앞에선 표정도 바뀐다. 그의 앞에선 행동도 다르다. 자신이 그녀와 많이 친밀해졌다고는 해도 그의 앞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그것과는 또 다른 무엇이었다.
그런데 정작 녀석은 그걸 지금 모르는 척 외면하고 있다. 보려고 하질 않는다. 일부러 따라오기까지 해 놓고는, 어느 순간부터 바보처럼 굴어 에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에리의 시선을 외면하고, 에리의 손길을 피하고, 에리의 목소리에 제대로 반응하질 않는다. 일부러 둘만 있는 시간을 피하려 들고, 일부러 일행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려한다. 지금만 해도 길을 아는 것은 엔데르크 쪽이었건만 굳이 자신이 앞을 살피러 간다고 나선 것이다.
엔데르크는 허리춤의 칼을 확인했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에리가 준 것이었다. 엔데르크는 그라센 광으로 벼려진 칼을 풀어냈다. 에리는 무슨 일인가 싶어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보다가 자신에게 칼의 손잡이가 내밀어지는 것에 놀라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잠시 맡아주겠나."
"네? 네, 그거야 상관없지만."
에리는 그라센 광 칼을 거두고는, 엔데르크가 그간 등에 매고 다니던 자신의 칼을 다시 허리춤에 거는 것을 지켜보았다. 왜인지 묻고 싶지만 지금 그에게는 아무 것도 묻지 말라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그럴 때의 남자들은 잠시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걸 에리는 그간 보아온 남자 모험자들의 경우에서 체득하고 있었다.
"잠시 다녀오겠다."
에리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 근방의 몬스터 따위 에리에게는 한 방감. 두려울 건 없으니까. 에리는 멀어져 가는 엔데르크의 뒷모습을 일별하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머리 속으로 가져왔던 아이템들을 헤아려보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은 함께한 모험가 둘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회복 아이템 외의 것은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무기는 충분했다. 아니, 과도했다.
'그러니까, 메테오 세 개랑, 신들의 천둥 두 개, 테라플럼 두 개랑 얼마 전 브랜드 실험에 성공한 LV성게7 다섯 개. 그리고 마중약이랑……. 어라, 마중약은 어디다 뒀더라? 아 참, 더글라스가 하도 아무거나 먹어대서 가방 맨 밑바닥에 숨겨뒀었지. 그리고 또…….'
왠지 이 산의 몬스터와 산적 떼들, 아니 이 산 자체가 불쌍해지는 작가였다.
얕은 언덕 아래로 덤불로 둘러싸인 작은 공터가 있었다. 더글라스는 공터 한 곁에 튀어나온 바위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머릿속이 영 복잡했다.
에리는 대장을 아~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그건 '동료'로서다. 그래도 에리는 대장을 무~척 좋아한다. 믿음직한 모험가라서이다. 그러니까 에리는 대장을 퍽이나 좋아한다. 신실한 기사단장님이니까. 아니 다 떠나서 에리는 대장이라는 사람 자체를 매우 좋아한다. 안다, 그럴만한 사람이니까. 그래서 결론은 '에리는 대장을 좋아해'다. 그러니까 그건 '좋은 동료라서잖아!!!'
앞을 살펴본답시고 떠나와서는 정작 저 혼자 궁상떨기 좋을 장소를 찾아낸 직후로 계속 이 모양이었다. 그의 한숨에 어깨에 내려앉았던 낙엽이 휘릭~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더글라스의 지금 상황은 한마디로 이것이었다. '머리는 아는데 마음이 안 따라간다.'
거기에 더해 엔데르크가 에리를 대하는 행동이나 분위기도 그의 삽질에 한 몫을 했다. 지금 대장이 에리를 대하는 언동은 정말이지 이전의 쿨함을 넘어 시니컬하기까지했던 그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 대장의 변화를 에리는 '정말' 모르는 걸까? 둔탱이니까 모르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 의외로 의뭉스러운 구석도 있어서 말이지. 하지만…….
"뭘 하고 있지?"
"그야 삽질을……!?"
갑작스레 들려온 대장의 음성에 더글라스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낮은 언덕 위로 엔데르크의 장신이 솟아 있었다. 새카만 장발이 길게 늘어뜨려진데다 해를 등에 업어 시커먼 실루엣만 보이는 그 모습은 마치 불쑥 찾아온 저승사자처럼 느껴졌다.
"그, 마침 돌아가려던 참입니다."
"너라는 녀석은……, 믿을 수가 없군."
변명을 하던 더글라스는 뜻밖의 말에 움찔했다. 그는 바위에서 일어서려다 다시 주저앉았다. 바위의 튀어나온 모퉁이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엔데르크의 말은 정찰을 나왔다가 게으름피우고 있었던 것을 나무라는 것만은 아니었다.
"……무슨 뜻입니까?"
"왜 따라 온 거였나?"
"……."
"왜 따라 온 것이었나 묻고 있다."
"내가 왜 그걸 대장에게 답해야 합니까."
"얘기할 이유가 없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묻고 있을 이유는 없군. 자, 칼을 받아라!"
엔데르크는 더글라스의 대답도 듣기 전에 몸을 날렸다. 챙--! 부딪힌 칼날에서 불꽃이 튀어 올랐다. 더글라스는 허리춤에서 간신히 빼어낸 칼로, 날아온 엔데르크의 것을 아슬아슬하게 막아냈다.
날 듯이 뛰어든 기세에 더해 체중을 실어 강력한 힘으로 밀어오는 엔데르크의 투지는 바위에서 일어서려다만 자세로 엉거주춤하게 선 더글라스에겐 상대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더글라스는 이 공격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유를 묻고 있을 틈 따위는 없다. 힘을 뺀 순간 가차없이 다음 공격이 날아올 것이다.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엔데르크의 눈은 진심이었다.
- 챠릉~
겨우 흘려보낸 첫 공격. 하지만 긴장을 풀 틈은 없다. 다음 공격이 날아왔다. 무거운 검을 휘둘러 다음 궤적을 차단한다.
- 카캉--! 캉--! 카앙--!!
수 차례 칼을 교환하지만 공격권은 언제나 엔데르크에게 돌아갔다. 더글라스는 한 발씩 뒤로 물러서며 간신히 버텨내는 것이 전부. 결국 발이 꼬여 볼썽사납게 바닥에 굴러버렸다. 더글라스의 전신에는 마른 풀과 흙먼지가 뒤덮였다.
"벌써 끝인가?"
엔데르크는 더글라스를 향해 뻗었던 칼날을 뒤로 거두며 말했다. 더글라스는 이를 악물었다. 수련장이나 대회장에서 각오를 단단히 하고 맞서도 힘겨운 상대였건만 자신이 왜 공격을 받아야하는가 알지도 못 한 상태에서 대치가 순조로울 리 없다. 간신히 막아내는 것이 다였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몰리는 상태에서 이해의 가부이전에 순수하게 열이 끓어올랐다.
더글라스는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다. 엔데르크의 칼은 아직 허리춤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뒤로 물리기는 했으나 그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곧바로 자신을 향해 있는 엔데르크의 시선과 그의 다음 행동에 반응한다. 싸울 이유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거부할 틈도 없지만 거부할 생각도 없다. 걸어온 싸움은 받아준다. 더글라스가 진심으로 맞서려 결심한 것을 느낀 순간, 엔데르크의 시선은 날카로워졌다. 정신을 가다듬으며 다시 일어선 더글라스를 향해.
그렇게 두 사람 사이의 비공식 무투대회는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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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암흑가의 여왕입니까..덜덜.
...암흑가의 여왕;;; 아 뭐랄까 참 귀엽군요;;
마녀님 경험담인가요? ^^
까망파랑 // 달달~
zoon // 오오, 혹시 여왕님 취향이신??
류다 // 경험담이면 재미있었을텐데요. 아쉽게도 참...
오오 그렇다면 연애소설.. 뭐 그런건가요?
창작작품?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마무시 한데요..이후 결혼하고 아가도,...
경험담 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만... 아니라니 아쉽군요. 암튼... 대단하십니다.^^
류다 // 그냥 꽁트같은거지요.
Rosa // 로사님이 2부를 쓰시는겁니다! 아니면 그림으로?
레놀도야지 // 제 머리가 좀 단단하지요
결국만 제외하면 너무나 취향인데요... 여왕님!!!
리디아 // 결국...은 사족같은거죠.